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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너와 나 모두를 위한 기술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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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서론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노년을 위한 산업, 다시 말해 실버산업의 디지털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편의성 제고에 탁월한 기능이 있는 디지털 기술과 실버산업의 만남은, 그 어떤 분야보다 의미 있는 시너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그리고 ‘제론 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가 주목받게 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제론 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는 노년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실버 세대를 위한 기술 또는 고령화에 대비한 기술을 총칭하는 용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990년대 초반을 전후로, 약 30여 년 전에 등장했다. 1989년 흐라프만스(Graafmans)는 노년층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최초로 제론테크를 언급했고, 일상에서 노인의 활동 개선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하는 최초의 컨퍼런스가 1991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돼 1997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의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제론테크의 핵심은 ‘똑똑하게 나이 드는 것(Smart Aging)’에 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도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뿐 아니라,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기술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한 마디로 실버 세대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삶을 마련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02.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제론테크
가장 먼저 기술의 발전은 노년층의 독립적인 신체 활동을 지원하고 이동에 자유를 준다. 로봇 기업 래브라도 시스템즈(Labrador Systems)는 물류창고와 같은 산업 시설에서 주로 사용되던 자율이동로봇 (AMR)의 가정용 버전,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집안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일상용품을 옮겨주고, 요청한 물건을 요청한 시간에 맞춰 가져다주는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 기능을 갖췄다. 터치스크린, 모바일 앱, 아마존 알렉사 음성 명령 등을 통해 손쉽게 제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를 통해 보다 자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일본의 로봇 기업 티엠작크(tmsuk)는 간호 로봇 ‘소완(SOWAN)’을 선보인 바 있다. 소완은 사용자가 생체 데이터 측정용 웨어러블 장치를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으로 연동된다. 소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보호자는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반대로 사용자가 소완을 통해 보호자를 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완이 사용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하지는 않지만, 사용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다가 맥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위급 상황 발생 시 바로 달려와 장착된 카메라로 보호자와 연결하는 기능도 갖췄다.
나이가 들면서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고립감은 자칫 우울감을 불러오고 삶의 의욕을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 이에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건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메타버스가 각광받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서라면 정신적 자극, 소통, 운동 등 다방면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전과 같이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VR 플랫폼 기업 렌데버(Rendever)는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함께 가족들을 실시간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간 알코브(Alcove)를 개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한 채 알코브에 접속하면, 가족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보고, 체스 게임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의 여행까지 떠날 수 있다. 현재 미국 150개 이상의 노인 요양 시설에서 알코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상현실을 통해 어린 시절 살던 동네나 추억이 담긴 여행지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기억력 감퇴로 고민하는 노인에게 다시금 행복감을 북돋아 주고 있다.
마인드VR(MyndVR)은 노년층의 인지 자극 및 신체 활동 증대를 목적으로 다양한 가상 현실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를 돌아다니고 방을 청소하는 등의 일상적인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것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나비를 잡는 등 비교적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에 신체 활동을 결합시켰다. 건강을 관리하고 일상의 무료함까지 달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꾀할 수 있다.
특히나 홀로 지내는 노인에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더욱 버겁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치우고, 씻고 하는 모든 일상들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러한 그들에게 말 한마디, 한 번의 손길 등 정서적 교감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각종 돌봄 로봇 및 서비스들이 주목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를 기반으로 한 ‘AI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날씨, 뉴스 등의 맞춤형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감성적인 대화까지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달래 준다. 또한 나눈 대화 속에서 ‘우울’, ‘힘들어’, ‘쓸쓸’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반복된다면 이를 캐치해 심리 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면서 그들의 정서 케어에 힘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물개 모양의 ‘파로(PARO)’는 쓰다듬기, 눈 맞춤 등이 가능한 심신 안정용 돌봄 로봇이다. 경증 치매환자, 자폐스펙트럼 환자 등을 대상으로 소통 및 보행 능력 향상 등의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리빙(Smart Living)’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리빙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홈(Smart Home)’이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홈이 아파트, 주택 등 집에 ICT 기술을 접목해 거주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해 주는 것이라면, 스마트리빙은 실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다.
일찍이부터 고령화, 시니어 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EU는 AIOTI(Alliance for IoT Innovation)라는 범유럽 IoT 조직을 마련하고, ‘활동적 노화를 위한 스마트 환경 조성(Smart Living Environments for Ageing Well(SLEaw)’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AIOTI의 궁극적인 목적은 IoT 기술을 통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
03. 결국엔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될 제론테크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의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이와 속도라면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뒤인 2026년에 고령 인구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제론테크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의미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요즘, 간과해서는 안 될 분야가 어디일지 한 번쯤 고민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