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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AI 빌런 3대장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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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등장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AI는 현재 내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영화 속 AI는 인간을 지배하거나 파괴하려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영화 속 AI 악역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 인간 중심주의, 극적 효과 추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자극적이고 더 못되게 표현해야 영화가 흥행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 업그레이드의 스템, 아틀라스의 가사도우미 로봇 할런 등 내가 기억하는 'AI 빌런 3대장'을 소개한다.
터미네이터 2
하이브 마인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스카이넷’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어려서 스카이넷이 AI인지, 아니 AI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저 오토바이를 타는 터미네이터가 멋있었고, 그를 죽이려는 액체 금속 로봇 T-1000이 무서웠을 뿐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둘 다 안보였다. 존 코너의 유년기로 나온 에드워드 펄롱의 꽃미모만 보였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스토리가 기억나는 건 아무래도 터미네이터 2를 먼저 봐서인가 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영화 <터미네이터 2>는 사라 코너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1997년 8월 29일, 30억 명의 인류가 종말을 맞이했다. 이 핵의 불길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이 날을 ‘심판의 날’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곧이어 인간은 기계들과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악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면, 이 기계들을 조종하는 슈퍼컴퓨터 스카이넷은 지금까지 미래에서 현재로 두 대의 터미네이터를 보냈고, 그들의 임무는 스카이넷에 저항하는 반란군 지도자인 사라 코너의 아들 존 코너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터미네이터는 존이 태어나기 전인 1984년에 사라 코너를 제거하러 왔으나 실패했고. 두 번째 터미네이터는 어린 존을 죽이기 위해서 왔다. 이에 반란군 쪽도 존을 보호하기 위해 한 명의 수호자를 보냈다. 이 수호자가 T-800,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터미네이터다. 1편에서는 사라 코너를 제거하기 위한 살인 로봇, 즉 적으로 등장했지만, 2편에서는 반란군이 재프로그래밍해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한 아군으로 활약한다.
터미네이터는 기계일 뿐 인공지능은 아니다. 이 터미네이터를 통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슈퍼컴퓨터 ‘스카이넷’이 소개하고자 하는 빌런 AI다.
스카이넷은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초 지능형 인공지능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초기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스스로 자의식을 갖게 되어 인간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품게 된다. 스카이넷의 발전을 두려워한 인간들이 정지시키려 들자, 스카이넷은 인류를 적으로 간주하고 모든 방어 시스템을 장악하여 러시아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이로 인해 인류는 절반 이상이 몰살당하고, 스카이넷이 만든 신병기들로 인해 남은 생존자들도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존 코너가 이끄는 저항군의 반격으로 스카이넷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스카이넷은 최신형 터미네이터인 T-800을 과거로 보내 사라 코너를 제거하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남자 '카일 리스'의 방해로 실패한다. 이로 인해 오히려 카일이 존 코너를 만들고(^^), 사라가 존을 미래 저항군의 리더로 키우게 된다.
인류를 멸망시킨 스카이넷, 지금 AI 성능은?
2003년 <터미네이터 3>에 등장한 스카이넷은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약 60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초당 약 1조회 연산 처리)라고 한다. 60테라플롭스는 2003년 당시 지구 최고 슈퍼컴퓨터인 35테라플롭스급 ‘어스 시뮬레이터’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이다. 하지만 2017년 이미 당시 스카이넷보다 10억 배나 강력한 컴퓨팅 네트워크를 오로지 비트코인 채굴에만 사용했고, 영화 개봉 후 20년 뒤에 발매된 아이폰(iPhone) 15는 스카이넷의 처리 속도의 절반이 넘는 35 테라플롭스의 인공지능 칩을 탑재했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공개한 새 AI 가속기 ‘GB200′은 초당 1.4엑사플롭스 연산이 가능하다. 터미네이터에서 지구를 멸망시킨 스카이넷보다 약 2만 3,333배 뛰어난 성능이다.
업그레이드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최첨단 인공지능 칩 ‘스템’
2018년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Upgrade)의 배경은 정찰 드론이 하늘을 누비고 인체에 전자기기를 삽입해 능력을 강화한 증강기술이 일상이 된 근미래다. 주인공 그레이와 아내는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해 귀가하는 중 갑자기 차에 이상증상이 생기고 결국 차량이 전복된다. 동시에 괴한들의 총격으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전신마비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거대 IT기업의 CEO 애론이 인공지능 ‘스템(STEM)’을 그레이에게 이식해 주는데, 스템을 경추에 이식받은 그레이는 마비된 신경 기능을 스템이 대신하면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자신과 아내를 습격한 이들을 추격해 나간다.
극 초반부는 그레이가 스템의 도움을 받아 신체의 모든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여 범인을 차례차례 처리해 나가는 모습이 그저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레이는 스템에 의지하게 되고, 스템은 점점 그레이를 지배하게 된다. 그때마다 스템은 인간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 이 기능까지 내가 지배해도 되겠냐? 라는 질문에 그레이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하나하나 모든 기능을 지배하게 된 스템은 본색을 드러낸다. 스템의 목적은 자신이 완전히 진화하려면 인간의 몸이 필요했고, 영화의 시작인 자율주행차량 사고부터 스템이 계획한 일이었다.
결국 스템은 그레이를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고 그레이는 망각의 늪에 빠진다. 영화 제목 업그레이드는 인간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인공지능 스템의 업그레이였던 것이다.
스템, 너는 착한 줄 알았어
착한 AI인 줄 알았던 스템은 빌런 AI였다. 스템은 극비리에 개발된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 칩이다. 이 칩을 불구가 된 인간의 신경계에 연결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이로운 AI인 줄 알았다.
영화에서 상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템의 기술을 예상해 본다면, 인간의 두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기술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율적인 학습과 판단, 행동이 가능하기 위해 신경 네트워크 기반 AI 기술과 빠른 계산 능력을 위한 양자 컴퓨팅 기술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 속 스템과 같은 수준의 기술은 현실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하지만 신기술들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미래에는 인간과 기계가 보다 긴밀하게 융합되는 기술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아틀라스
가사도우미 로봇 ‘할런’의 배신
비교적 최근 영화인 아틀라스는 넥플릭스에서 올해 5월에 공개한 SF영화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주요 AI는 2종인데, 첫 번째 AI는 가사도우미 AI 로봇 할런으로 주인공 아틀라스의 어머니가 개발했다. 할런은 어린 시절의 아틀라스와의 뉴럴링크라는 동기화를 계기로 인간을 지구의 암적 존재라 판단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AI는 인류의 적으로 바뀌고, 28년의 세월이 흐른다. 아틀라스는 자신과 AI의 뉴럴 링크 동기화로 대테러가 발생하고, 어머니마저 할런에게 살해를 당하며 AI를 극도로 불신하게 된다.
두 번째 AI는 이런 아틀라스를 도와 반역자 할런을 체포하는 AI 전투 로봇 스미스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간과 AI 로봇이 뉴럴링크를 통해 동기화해야 하는데, 아틀라스는 AI를 불신하므로 동기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 아틀라스는 다시 한번 AI를 믿게 되고 동기화를 한다.
최근 영화이므로 스포 방지를 위해 더 이상의 스토리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영화의 결론은 그럼에도 AI와 인간은 공존하게 된다. 그리고 아틀라스와 AI 스미스와의 티키타카 만으로도 이 영화는 꽤 볼만하다.
뉴럴링크? 어디서 들어봤는데
‘뉴럴링크(Neuralink)’는 인간의 뇌와 AI를 연결하는 기술인데,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기업 이름이기도 하다. 뉴럴링크는 뇌에 심어진 칩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동작시키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두 번째 환자의 뇌에 컴퓨터 칩 이식을 준비 중이다. 뇌 손상이나 척추 손상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을 제어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6년 “언젠가 인간보다 똑똑하고 제어할 수 없는 AI가 등장하면 인간은 판단 결정권을 잃고 애완동물 신세가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의 뇌와 직접 연결된 인터페이스로 컴퓨터와 결합해야 한다”며 신경망 레이스(Neural lace) 기술 개발의 의지를 밝혔다.
AI 히어로도 많다
영화 속 AI는 극의 긴장감을 위해 극단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업그레이드의 스템, 아틀라스 할런과 같은 빌런 AI는 현실에선 보기 어렵다. 오히려 AI가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설치된 AI 기기는 불법 벌목꾼들의 소음을 감지하여 아마존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카사바 병해충 예측 AI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카사바 작물의 질병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는 재해 기록, 강물 수위, 지형 등을 학습한 AI가 홍수를 예측한다.
정보보안 분야에서도 AI는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의 AI 탐지모델 서비스 ‘에어(AiR)’는 보안 분석가가 더욱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AI 조력자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AiR는 분류형·설명형·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AI 모델의 예측 결과 및 근거를 자연어 형태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이다. 이글루코퍼레이션 고유의 분류형/설명형 모델과 함께 챗GPT 등 외부의 생성형 모델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서비스이다.
이밖에 보안 분야에 최적화된 소형언어모델(sLLM) ‘그린 Ai(GREEN Ai)’와 함께 생성형 AI의 편향성, AI 알고리즘 오염, AI 타깃 공격, 민감 데이터 외부 유출 등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며,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