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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Non-fungible Token), 혁신과 거품 사이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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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였다. 비대면 생활이 점차 일상화됨에 따라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는 자연스레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NFT(Non-fungible Token)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이름 그대로,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한 토큰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받아 상호 교환이 어렵다. 쉽게 말해 보통의 비트코인은 개당 동일한 가격을 가지고 있어 1:1 교환이 가능하지만, NFT가 적용될 경우 여타 코인과는 별도의 값을 가지게 돼 대체될 수 없다. 또한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과 같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거래 증명이 가능하다. 즉 NFT는 무단 복제와 배포가 쉬운 디지털 자산에 유일성과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므로, ‘원본’ 또는 ‘진품’에 대한 소유권을 입증하는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NFT의 시초는, 지난 2017년 대퍼랩스(DapperLabs)가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다. 크립토키티는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시켜, 나만의 고양이를 만드는 게임으로, ‘포켓몬 GO’와 같은 단순 펫 수집 게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오늘날 NFT 발행 표준이라 평가받는 이더리움 ERC-721 기술이 최초로 적용돼, 교배를 통해 태어나는 고양이는 외형도 속성도 각기 다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고양이가 되어 전 세계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 마디로 크립토키티의 고양이는 디지털 세상 속 일종의 수집품과도 같은 존재로 떠올랐고, 하나의 고양이가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NFT의 첫 성공사례가 됐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NFT
그 후 시작된 NFT 열풍은 게임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디지털 작품으로 확산됐다. 먼저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Beeple)이 지난 5000일 동안 만든 작품들을 한데 모아 완성한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0만 달러(약 790억 원)에 낙찰된 것을 계기로, 미술 시장에는 NFT화한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전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Grimes)의 디지털 그림 '워 님프(War Nymph)'가 65억 원에 낙찰되었고, 1억 원 정도를 호가했던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멍청이(Morons)'이라는 작품이 원본을 불태우는 퍼포먼스와 함께 NFT로 재탄생 돼 약 4억 원에 판매됐다. NFT 예술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아트(CryptoArt.io)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NFT 예술품 거래액은 역대 최고치인 820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위 ‘팬심’이 유별나기로 유명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도 NFT 접목 시도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NBA 탑샷(Topshot)’은 미국 프로농구 NBA의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이나 선수 이미지 등을 NFT화한 디지털 카드로 제작해 스포츠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20초짜리 덩크슛 영상이 23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에 거래되며 화제를 모았고, 탄탄한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약 35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와 10만 명 이상의 구매 사용자를 보유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를 비롯해 SM, JYP, YG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연예 기획사들이 잇달아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에 NFT를 적용하면, 한정판이 되면서 그 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 MBC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유명 밈(Meme)인 ‘무야호’ 영상을 NFT로 발행하여 판매한 바 있으며, 카카오는 웹툰, 뮤지컬 등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IP을 활용한 NFT 발행에 힘을 싣고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콘텐츠를 소유하고자 하는 팬심을 적극 공략해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NFT는 최적의 수단이 되어준다.
NFT가 단순 그림이나 굿즈를 수집하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나이키는 NFT를 접목한 ‘크립토킥스(CryptoKicks)’ 시스템을 개발하여 특허를 취득했다. ‘크립토킥스’ 신발을 구매하면 실물과 함께 보증서 역할을 하는 NFT 토큰도 함께 받게 되는데, 구매자는 이를 통해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척도로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의 경우, 부동산 및 자동차 거래 시스템에 NFT를 적용하기도 했다. 부동산 권리 이전 기록 등을 NFT로 제작해 관련 정보나 계약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차량 정보 등을 NFT로 제작해 보다 투명한 중고차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NFT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세계 NFT 시장이 지난해 118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8000억 달러(약 9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 역시 세계 NFT 시장 규모가 2022년 30억 달러에서 2027년 136억 달러로, 연간 3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사그라드는 거품? NFT의 미래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남긴 최초의 트윗에 대한 소유권, 다시 말해 ‘첫 트윗 NFT’가 지난해 290만 달러(약 35억 원)에 거래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다시금 매물로 나온 해당 NFT의 가치가 6천만 원 선으로 폭락하면서, 장밋빛으로만 보였던 NFT 시장에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제 막 발을 뗀 수준에 불과한 NFT가 실제 가치에 비해 과분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NFT 하락세에는 여러 이유가 뒤따른다. 우선 오늘날의 가상화폐 시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NFT는 주로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로 거래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시세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상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기준 6만 4000달러 선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1만 7000달러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즘,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가상화폐를 회피하는 추세다. 더욱이 세계 3대 거래소 중 하나로 꼽혔던 FTX가 파산한 것도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었다.
다음은 NFT 관련 제도 미비다. NFT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받기 시작한 건 꽤 최근의 일이다. 요 몇 년간 판매자, 소비자, 중개자 등 여러 참여자들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또 다른 말로, NFT 시장을 뒷받침하고 보호해 줄 제도나 시스템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점은 NFT 러그풀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러그풀(Rug pull)이란 양탄자(Rug)를 끌어당겨(Pull) 그 위에 탄 사람들을 쓰러트리는 행위로, NFT 개발사가 투자금을 모집한 후 잠적해 버리는 이른바 ‘먹튀’ 사기 수법을 가리킨다. NFT의 법적 모호성 그리고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러그풀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지난 1월 프로스티스(Frosties)의 개발자가 프로젝트 이행 없이 투자자들의 수익금 110만 달러(약 13억 원)를 챙긴 후 잠적했던 사건을 들 수 있다. NFT 시장이 계속해서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규제 및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NFT가 부상함에 따라 NFT 마켓 플레이스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는 사용자 계정 해킹 공격으로 수천 달러 상당의 NFT를 도난당했고, 올해에는 글로벌 최대 NFT 마켓 플레이스 오픈씨(OpenSea)가 잇따른 해킹 공격에 시달렸다. 블록체인 연구 기업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올 한 해 NFT 탈취 피해 금액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대규모의 자금이 유통되는 것에 반해 관련 법률이나 규정이 부족한 탓에 이를 노린 보안 위협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기 NFT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BAYC(Bored Ape Yacht Club)의 인스타그램과 디스코드 계정이 해킹 당한 사건도 NFT를 둘러싼 보안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해커는 BAYC의 SNS 계정을 해킹한 뒤 ‘새로운 NFT를 발행할 수 있는 링크’라며 악성코드를 유포, 약 300만 달러(38억 원) 상당의 NFT를 훔쳤다. 이렇듯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유명 인사를 사칭하여 피해자의 NFT 거래를 유도하고 가상화폐를 탈취하거나 계정에 접근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공격, ‘무료 NFT’라는 말로 현혹하여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공격 등 NFT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은 날로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를 버릴 때가 아니다
위태로운 NFT이지만, 변함없는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메타버스가 있다. NFT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상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메타버스가 지속 발전한다면 NFT는 단순 디지털 예술품을 넘어 부동산에까지, 가상공간에서의 여러 경제 활동을 지원해 주는 도구로서 새로운 사회 형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산업과 동반성장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에 과한 기대와 실망은 잠시 접어두고, 안정적인 기반 마련을 목표로 차근차근히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