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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노코드(no-code)·로코드(low-code), 개발자 없는 개발 시대 열렸다.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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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개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최근 몇 년간은 바야흐로 ‘개발자 구인난’ 시대나 다름없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개발자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발자 품귀 현상은 날로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코딩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코딩만으로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no-code)·로코드(low-code)가 개발자 구인난의 해결책이자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로서 IT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노코드는 말 그대로 코딩 없이 하는 개발을 뜻한다. 클릭이나 드래그 앤 드롭(drag-and-drop) 또는 음성 등 보다 직관적인 명령 입력을 통해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손쉽게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로코드는 최소한의 코딩 지식만으로 개발자와 유사한 코딩이 가능하도록 작업을 간소화한 것을 의미한다. 코드 입력 과정을 최소화함으로써 개발 업무의 문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이 보편화된다면 현업의 각 실무자가 사내 또는 외부 개발자와 협력하지 않고도 직접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바로바로 개발할 수 있게 돼 전반적인 비즈니스 유연성 및 신속성 확보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전 세계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숙련된 개발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개발 영역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노코드·로코드를 찾는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4년까지 노코드·로코드로 개발된 업무용 앱이 전체의 65%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으며,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세계 노코드·로코드의 시장 규모가 2020년 132억 달러(17조 4000억 원)에서 2025년 455억 달러(60조 원)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02. 노코드·로코드 시장의 주인공은 나야 나!

이렇듯 노코드·로코드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IT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는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앱스(Power Apps)’와 구글의 ‘앱시트(AppSheet)’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출시되어 드래그 앤 드롭 형식의 앱 개발이 가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앱스는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성 지시만으로 코딩이 가능한 기능을 추가했고, 손으로 그린 디자인 등 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하면 알아서 구현해 주는 기능도 추가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림 1] 파워앱스, Power Apps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지난 2020년 노코드 스타트업 앱시트를 인수했다. 앱시트는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이용할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구조로 만들지 클릭 몇 번만 하면 알아서 앱을 제작해 준다. 구글 드라이브, 구글맵 등 구글의 다른 서비스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듬해에는 노코드 기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버텍스 AI(Vertex AI)’를 선보이며 사업을 강화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 2020년 노코드 개발 플랫폼 ‘허니코드(Honeycode)’를 출시하며 참전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선두주자인 만큼 AWS 클라우드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역시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LG CNS와 네이버의 행보가 눈에 띈다. 먼저 LG CNS는 지난 해 ‘데브온 NCD(No Coding Development)’를 무료 배포했다. 데브온 NCD는 아이콘으로 표시된 각종 기능을 원하는 위치에 끌어 놓으면 그 모양대로 프로그램이 생성되는 드래그 앤 드롭 형식의 노코드 플랫폼이다. LG CNS에 따르면 공공, 유통,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에 데브온 NCD를 활용해 프로젝트 당 평균 5천여 개 이상의 기능을 구현해냈고, 약 한 달간의 활용 교육만 받으면 비개발자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 스튜디오(CLOVA Studio)’는 코딩 없이 간단한 설명과 예시 입력만으로 요약, 분류 등 여러 언어 관련 작업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이다. 지난해 네이버는 운영 중인 네이버 플레이스 키워드 리뷰 서비스의 적용 업종 범위를 확대하는데 클로바 스튜디오를 활용하며 자체 점검을 마쳤다. 키워드 리뷰가 이미 적용됐던 업종의 성질과 키워드의 형태 등을 예제로 입력해 새로운 업종의 키워드를 도출하고 이를 보완, 최종 완성함으로써, 클로바 스튜디오를 통해 키워드 리뷰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 약 87%를 단축했다. 올해 초 시범 출시된 클로바 스튜디오는 현재 1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클로즈드 베타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개발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 역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향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림 2] MY플레이스 (출처 : 네이버 MY플레이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드래그 앤 드롭이나 음성만으로 챗봇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로코드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스스로 넣을 수 있는 ‘앱 필더’를 핵심 강점으로 삼고, 개발 인력이 부족한 기업 고객들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삼성SDS까지 연내 오픈소스 기반의 로코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 밝히며,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노코드·로코드 시장의 성장세가 한결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실제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여 상용화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먼저 미국 뉴욕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건강 상태를 등록하는 시스템을 3일 만에 구축해냈다. 무엇보다 신속히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로코드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다.

그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패션 기업 H&M은 모바일 앱 ‘플렉시(FLEXI)’를 개발하여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있으며, 자동차 기업 도요타(Toyota Motor North America)는 제품 품질 관리부터 코로나19 검사까지 업무 지원을 위한 400개 이상의 앱을 제작했고, 물류기업 DHL은 유럽 전역에서 트레일러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또 국내에서는 농업중앙회가 자리 찾기, 필요 문서 다운로드와 같은 직원들의 업무 편의를 위한 앱을 노코드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바 있다.

[그림 3] DHL 어플리케이션 (출처 : DHL)

03. 노코드·로코드, 탄탄대로 걸을까

시장조사업체 IDC가 실시한 어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8.6%는 ‘사내에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39.3%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필요에 의해’ 노코드·로코드 서비스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워크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노코드·로코드 서비스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코드·로코드를 통해 개발이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현재의 노코드·로코드는 유연성이 부족한 탓에 개발자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정해진 플랫폼 안에서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결과물의 다양성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코드·로코드의 보편화로 개발자의 업무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지원하는 기능이 한정되어 있는 그 특성상 어디까지나 개발 업무의 일부를 대체하여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또한, 보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노코드·로코드로 개발한 프로그램이 내부에서만 사용된다면 큰 문제 없겠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범용 서비스일 경우에는 보안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전에 외부 업체가 전적으로 코딩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보안 취약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해 개발된 프로그램은 상용 소프트웨어와 달리 필요한 기능을 최소한으로 구현해내 보안 취약점에 대한 점검이나 추후 조치, 보완 등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을 통해 실무자가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을 수행할 경우 어떤 지점에서 보안이 취약해졌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보안 거버넌스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환경에서의 노코드·로코드는 오히려 기술 부채를 가중시켜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보다 안전한 노코드·로코드의 활용을 위해서는 보안 정책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기업 내 IT 활동이 어느 정도 통제될 수 있는 기반이 사전에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다.

04.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는 변화의 바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노코드는 인공지능의 힘을 대중에게 전달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코드를 ‘세상을 변화시킬 움직임’이라 표현하며, ‘노코드는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s)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런저런 한계점들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부족 현상과 디지털 전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노코드·로코드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절대적인 시장 강자 없이 다양한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요즘,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적용하고 또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그 기준과 정도를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노코드·로코드의 미래가 장밋빛이 될지 아니면 잿빛이 되어버릴지는, 그 모든 신기술이 그랬듯, 이를 둘러싼 모두가 직면한 문제점에 정면으로 부딪혀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