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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달라질 우리의 세상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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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로봇의 실외 이동이 불가능했다.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만 활동이 가능했는데, 이번 개정안의 시행으로 로봇도 보행자의 지위를 정식 부여받게 됐다. 물론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만이 보행자의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과거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도 통행이 제한됐던 로봇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와 함께 걸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01. 세상으로 나온 로봇들

일반적으로 실외이동로봇이란 원격제어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배송, 순찰 등의 목적으로 실외에서 운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가리킨다. 이러한 실외이동로봇이 일상화된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배달, 그중에서도 음식 배달이 있겠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음식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는데 로봇 라이더의 등장은 관련 업계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앱의 대표주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개발한 로봇 배달원 ‘딜리(Dilly)’를 활용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투입된 딜리는 현재 코엑스몰에서 인근 건물까지의 음식 배달을 진행 중이다. 코엑스몰 근처에 있는 고객이 로봇 배달이 가능한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딜리가 직접 음식을 싣고, 고객의 위치를 파악하고, 음식을 배달해 준다.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복잡한 도심 속 주변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줄 알며 유동 인구가 많은 길에서는 인파를 피해 새로운 경로를 탐색할 줄 아는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갖췄다.

[그림 1] 음식 배달 중인 딜리 (출처: 배달의민족)

이렇듯 확장된 로봇의 이동성은 비단 배달뿐 아니라 순찰, 방역, 청소 등 다방면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높은 업무 강도나 위험성 등 여러 이유로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로봇, 새벽에 공원을 순찰하는 로봇,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들처럼 말이다. 일상 속 치안을 지키는 일부터 극한의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일까지, 사람의 힘으로 부족했던 많은 부분을 이제는 로봇과 분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는 경찰 순찰 로봇이 있다. 작년 6월 싱가포르 경찰청은 싱가포르 국제공항인 창이공항에 순찰 업무를 위한 두 대의 경찰 로봇을 배치했다. 카메라와 센서, 스피커, 경보기 등을 갖춘 1.7m의 싱가포르 경찰 순찰 로봇 ‘카이(KAI)’는 주로 공항을 자율적으로 순찰하며 상황실에 현장 화면을 전달하고, 사건 발생 시 행인들에게 경고를 하거나 통행을 제한하는 등 현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찰은 지난 몇 년간 시범 운용해온 로봇 순찰대를 전국에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림 2] 공항을 순찰 중인 KAI (출처: Singapore Police Force)

02. 세상을 바꿀 로봇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최근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로봇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빌 게이츠는 기술이 올바르게 발전하기만 한다면, 로봇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the uses for robots will be almost limitless)이라고 말하며 그 가능성을 높이 샀다.

더불어 발전한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세간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 일자리가 통상적으로 선호 받는 직업이 아닌 기피하는 직업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이러한 대체 현상은 사람들을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이며 심지어 덜 외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빌 게이츠는 ‘로봇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The start-ups making robots a reality)’ 5곳을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림 3] 빌 게이츠가 주목한 5개의 로봇 스타트업 및 연구소 (출처: GatesNotes)

그 중 하나인 미국의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일컫는 ‘휴머노이드(Humanoid)’ 개발 전문 기업이다. ‘물류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인간 중심 다목적 로봇(first human-centric, multi-purpose robot made for logistics work)’이라는 ‘디지트(Digit)’를 개발했다.

디지트의 생김새나 키 등 외형은 사람과 유사하지만, 훨씬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고 또 팔을 뻗어 사다리가 필요한 높은 곳까지도 손이 닿는다. 태초부터 창고나 물류 현장 내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디지트는 작년 말 아마존 물류 센터에 투입되기도 했는데 사람 작업자와 같이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무거운 박스를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림 4] 물류 작업 중인 Digit (출처: Agility Robotics)

한국계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이끄는 미국 UCLA 산하 연구소 로멜라(RoMeLa)도 리스트에 올랐다. 로멜라가 개발한 로봇 ‘아르테미스(ARTEMIS)’는 ‘향상된 이동성과 개선된 안정성을 위한 첨단 로봇 기술(Advanced Robotic Technology for Enhanced Mobility and Improved Stability)’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 이름에 걸맞게 아르테미스는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가장 큰 강점을 보인다. 그의 동작을 만드는 장치인 액추에이터가 생물학적 근육과 같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평평하지 못한 지형에서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아르테미스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작년 7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로봇 축구 대회 ‘로보컵 2023’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림 5] 축구 연습 중인 ARTEMIS (출처: RoMeLa)

농업 전문 로봇도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테블(Tevel)은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파(FAR∙Flying Autonomous Robots)’를 개발했다. 파는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과수나무의 위치나 통로를 인식해 이동할 수 있으며, 과일의 크기나 익은 정도 등을 분석해 잘 익은 과일을 스스로 식별하고 판단하면서, 과일과 잎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안정적이게 수확까지 해낸다. 더불어 이 로봇은 사람 작업자와는 다르게 기후나 시간 등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로봇’의 좋은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 6] 사과를 수확 중인 FAR (출처: T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