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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게 된 기업, 모두가 의심하게 된 브랜드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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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게 된 기업, 모두가 의심하게 된 브랜드
Astronomer CEO 키스캠 사건으로 본 기술 기업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대응 전략
저는 야구 직관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야구보다 야구장에서의 시간이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어요. 고속노화 간식을 마음껏 먹고, 모르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모아 우리 팀 선수를 응원하는 그 즐거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죠. 추가적으로 방송 중계에는 나오지 않는 키스 타임과 댄스 타임 역시 직관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키스타임이 한 글로벌 IT 기업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야구장은 아니고요, 7월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 현장이었어요. 다정한 중년 커플의 모습이 키스캠에 잡힙니다. 흥이 많은 미국인 대부분은 더 신나서 오버액션을 하는데요, 이 둘은 달랐습니다. 혼비백산하며 여성은 뒤 돌고, 남성은 아예 아래로 몸을 굽힌 거죠.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아마 이 분들은 불륜 커플이거나 아주 수줍은 커플인 것 같다”라는 농담을 던졌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X (옛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두 사람이 AI B2B 스타트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의 CEO와 인사 최고 담당자(CPO)였고 CEO는 기혼 상태였기 때문이죠. 네, 사내 불륜 커플이었습니다.
X를 통해 키스캠 영상과 패러디 영상이 지속 리트윗 되면서, 아스트로노머는 한순간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모두가 “그런데 이 회사는 뭐 하는 데지?”하면서 아스트로노머를 수백만 회 이상 언급하기 시작한 거죠. 기업의 이름은 알려졌으나, 긍정적인 이슈는 아닌 상황. 아스트로노머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B2B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 과정을 해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도치 않은 바이럴 효과, ‘노출은 항상 긍정일까?’
‘모든 노출은 좋다(All publicity is good public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케팅과 언론홍보(PR) 분야에서 자주 회자되는 문구죠. 스타트업이나 신생 브랜드는 주목받는 것 자체가 어려우므로, 논란이든 화제이든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예상치 못한 노출이 SNS나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어, 마케팅 비용 투입 없이 인지도를 높인 사례가 있지요.
아스트로노머는 단 한 개의 영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장 빠르게 알려진 B2B 테크 기업’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라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노출이 생존과 직결되는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노출이라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노머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아스트로노머는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직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정확하게 내릴 수 있게 하는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하죠. 그리고 이 키스캠 사건에서 노출된 키워드는 그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비뚤어진 권력관계, 낮은 윤리성과 신뢰성 등 복합적인 부정 키워드였죠.
아스트로노머가 B2B IT 기업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B2B 기업의 경우 브랜드는 신뢰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2B 고객은 최소 1달-1년에 달하는 인지-관심-고려-구매 단계를 거칩니다. 때문에 잠재 고객과의 신뢰 관계 구축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 노출은 이들과의 관계를 흔들어 고객 전환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신뢰 기반의 장기적 파트너십이 거래 성사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아스트로노머는 하룻밤 사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윤리적 리더십의 부재’라는 부정적인 이슈도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사들이 신뢰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로 이뤄진 만큼, 이미지 훼손을 넘어 계약 유지와 사업 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였죠. 브랜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피(P) 말리게 고민하고, 알(R)맞게 터뜨린다
X에서 처음 이 영상을 접한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스트로노머 PR 담당자가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얼마나 피가 말릴지 말이죠. PR 담당자는 PR (Public Relations) 본연의 의미를 비틀어, PR을 ‘피(P)할 건 피하고, 알(R)릴 건 알리는데 잘 피해서 티가 안나는 극한의 업무’라고 설명하곤 하는데요, 저는 이 표현도 덧붙이곤 합니다. 바로, ‘피(P) 말리게 고민하고, 알(R)맞게 터뜨린다’이지요.
아스트로노머는 과연 피 말리게 고민하고 알맞게 터뜨려, 이 위기를 해결했을까요? 첫 번째, 사건 발생 후 신속한 공식 대응에 나서며,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합니다. 즉각 사내 불륜 당사자인 CEO와 CPO의 직무를 정지하고 휴직 처리했죠. 이사회를 거쳐 CEO는 사건 사흘 만에 사임합니다. 이를 통해, ‘리더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윤리적인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강조했죠.
두 번째,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는 마케팅 전략을 택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시의성과 유머를 곁들였죠. 7월 26일 아스트로노머는 스캔들 영상이 확산된 X를 통해 임시 대변인의 1분 영상을 공개하며 이를 전파시킵니다. 그런데 그 대변인은 바로 ‘기네스 펠트로’였습니다. 네, 여러분이 아는 그 배우 맞습니다. 그리고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의 전 부인이기도 하죠, 상황 맥락에 맞춘 노림수가 느껴지나요?
X에서 3천만 회 이상 조회된 영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시 대변인인 기네스 펠트로는 열흘 전 발생한 키스 캠 스캔들에 대해 해명할 듯한 태도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반전이 펼쳐집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러이러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아스트로노머의 전문 분야와 강점을 소개한 것이죠.
여러 개의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끝에, 기네스 팰트로는 “이제 우리는 고객에게 획기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아스트로노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영상을 끝냅니다. 전 세계의 시선을 끈 사내 불륜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모든 관심을 자사의 기술 중심 브랜드 정체성으로 전환시킨, 즉 “프레임을 바꾼” 재치가 빛나는 PR 전략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스트로노머는 공동창립자이자 제품 총괄 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로 활동해 온 ‘피트 드조이(Pete DeJoy)’를 임시 CEO로 임명하며, 기술 중심의 리더십 복원을 꾀합니다. 투자자와 고객에게, 그리고 이 스캔들 사건을 통해 아스트로노머를 처음 접하게 된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성과 연속성이란 메시지를 전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겠지요.

마케팅·PR 측면에서 아스트로노머의 전략은 위기 상황을 브랜드 인지도 확대 기회로 전환한 고차원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쏠린 부정적 관심을 긍정적 기회로 역전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단순한 유명인 마케팅을 넘어, 빠른 실행력을 토대로 핵심 이슈를 창의적으로 반영하는 ‘패스트버타이징(Fastvertising)’ 전략의 성공 사례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스트로노머는 위기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빠른 판단과 유머, 상징성을 결합한 전략은 위기 대응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을 되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브랜드가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며, 마케팅과 PR이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기업 영속성을 좌우하는 전략이 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조직과 브랜드는 위기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