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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만든 작품의 주인은 누구일까?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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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의 등장은 AI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챗GPT를 비롯해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AI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게 된 것이다. 이제 AI는 더 이상 전문가나 개발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대중적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척척 ‘생성’해내는 생성형 AI의 독특한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 등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탄생하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가는 것일까.
01. 생성형 AI와 저작권, 태생적 한계의 딜레마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이지만, 문제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여 제작한 결과물이라는 데에 있다. 태생적으로 AI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토대로 발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에는 원작자의 글이나 그림 등이 활용될 수 있어 저작권 문제가 필히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생성형 AI의 잠재력과 효용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저작권법 제2조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체를 명확히 ‘인간’이라고 명시한 점을 고려하면,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서도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산출물’이라고 명명하며 인간의 ‘창작물’과 구분 짓는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그 입장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다만 해당 안내서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인간이 수정, 증감 등의 추가 작업을 거쳐 ‘창작적인 표현’을 더했다면, 그 부분에 한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AI의 ‘산출물’에 인간이 관여하여 ‘창작물’로 발전된 부분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AI 산출물 자체는 등록할 수 없어도 AI 산출물들을 선택하고 배열한 것에 ‘창작성’이 있으면 편집저작물로 등록 가능하다. 인간과 AI를 구분 짓는 요소이자, 저작권 인정 여부로 ‘창작성’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02. 생성형 AI와 저작권, 그 문턱은 높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최초로 저작권을 인정받은 AI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제작사 ‘나라AI필름’이 제작한 영화 ‘AI 수로부인’이다. 이 영화는 ‘GPT-4’, ‘클로바X’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으로 이미지를 생성했으며, ‘젠2’와 ‘D-ID’ 등으로 영상을 만든 다음 ‘클로바더빙’과 ‘사운드로우’로 소리와 음악을 입혀 완성됐다. 한 마디로 영화를 제작하는 전 과정에 생성형 AI가 활용된 것이다. 다만 영상저작물이 아닌 편집저작물로서 등록되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AI 산출물에 추가로 이미지 등을 선택, 배열, 구성한 부분에 대해서만 창작성을 인정받아 저작권이 부여된 것이다.
지난 2022년, 미국에서는 ‘미드저니’를 통해 그려진 그래픽 노블 ‘새벽의 자리아’가 잠시나마 저작권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이는 생성형 AI 콘텐츠가 저작권을 인정받은 세계 최초의 사례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 저작권청(USCO)은 ‘미국법상 저작권은 인간 작가에게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재심을 요청했고 결국 해당 저작권은 취소되었다. USCO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보호해야 할 독창성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 밝혔고, 대신 텍스트와 이미지의 선정 및 배열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등록을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소개한 국내 사례와 유사하다 볼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중국에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져 큰 화제를 모았다. 사건은 중국의 한 블로거가 콘텐츠 공유 플랫폼에서 무단으로 이미지를 가져와,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해 여성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원작 이미지의 소유자가 이를 발견하고 고소했으나, 중국 법원은 AI로 생성한 이미지가 고유의 창작물이라며 피고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등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독창성을 부여할 수 있는 지적 투자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원작 이미지를 무단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03. 생성형 AI와 저작권, 엇갈리는 판결 속에서
위 사건은 AI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물 사용과 이에 따른 저작권 침해와는 별개로, AI를 통해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 인정 여부 자체와 관련해 중요한 논점을 제기해 준다. 1차적으로는 프롬프트 입력을 단순 아이디어나 소재 제공 수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창의적인 표현이 가미된 것으로 평가할지다. 만약 후자라면, 최종 산출물이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의 프롬프트 입력과 매개변수 조정이 이뤄져야 창작적 기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된다.
프롬프트 입력이나 설정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단순한 기계적 명령어 전달을 넘어서 창의적 기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저작권을 부여할 경우, 생성 과정에 인간이 얼마만큼 관여했는지에 따라 저작권이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관여 수준과 독창성의 판단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시대에 따라 저작권도 달라져야 할까,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창작의 경계에 서 있는 지금, AI와의 원만한 공생을 위해 반드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