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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Food)에 기술(Tech) 한 스푼, 스마트한 푸드테크가 뜬다!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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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개요

음식점에 들어가 메뉴를 고르고, 주문과 결제를 하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곧 주문한 음식을 만나볼 수 있는 이 과정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에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사람과 대면하지 않고 이뤄진다면? 메뉴판 확인, 주문과 결제는 키오스크를 통해 진행되고 음식 서빙마저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한다. 카페에 가도 마찬가지다. 멋진 유니폼을 차려입은 바리스타 대신 반짝반짝 광을 낸 로봇이 우리를 반겨주고 커피를 내려준다.

[그림 1] 커피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BARIS)' (출처: 라운지엑스)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FoodTech)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신산업 분야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로 온라인 배달 플랫폼, 식물과 곤충을 활용한 대체식품, 식품 제조 로봇, 배달 드론, 스마트팜 등이 있으며, 쉽게 말해 최근 등장하고 있는 식품 관련 신기술 대부분이 푸드테크에 속한다.

푸드테크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머전리서치(Emergen Research)는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이 2019년 2203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3425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6%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적용 실태와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2720억 달러(약 370조 원)에 달했고, 2025년에는 36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기록하며 큰 폭 증가할 것이라 예상됐다.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 코로나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 추세와 더불어 ESG, 비거니즘(Veganism), 가치 소비 등에서부터 비롯된 친환경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안보 문제 부상,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한 건강의 중요성 및 식품 안정성 부각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리면서,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푸드테크는 단순 식품 그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 서비스, 나아가 연관 산업들을 모두 총칭하는 만큼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이에 가장 대표적인 ▲대체식품, ▲푸드 로봇, 그리고 ▲3D 푸드 프린팅 분야를 중점으로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푸드테크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그림 2] 푸드테크의 분야 (출처: 삼일PwC경영연구원)

02. 미래 먹거리, 대체식품

대체식품이란 동물성 단백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단백질 식품’이다. 쉽게 말해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생산된 기존의 고기, 해산물, 유제품 등의 단백질 식품 대신, 여러 대체 단백질 소재에 첨단 기술을 더해 이와 유사한 맛이 나도록 가공된 식품을 가리킨다.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식품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지만 사육과 재배만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고, 또 일반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축산 질병,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면서 시장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체식품의 대표적인 예로는 식물성 대체식품, 곤충 단백질 대체식품, 배양육 등이 있다. 식물성 대체식품은 말 그대로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해 축산식품과 비슷한 형태와 맛이 나도록 제조한 식품이다. 기존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이미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던 식물성 대체식품은 최근 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진 시대상을 반영하듯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곤충단백질 대체식품은 식용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가리키며 단백질 바, 곤충 쿠키가 대표적이다.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거주하는 하층민에게 배급됐던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림 3] 바퀴벌레와 유사한 곤충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바 (출처: 영화 ‘설국열차’)

배양육은 소, 돼지, 양 등의 동물들에게서 세포를 추출하고, 추출한 세포를 배양기에 넣고 영양분을 공급해 실내에서 키운 고기를 말한다. 실제 동물 세포로 만든 고기이기 때문에 성분은 일반 고기와 동일하고, 동물의 사육과 도축 없이 원하는 동물의,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양육의 시초는, 지난 2013년 마르크 포스트(Mark Post)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가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투자를 받아 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생산해 낸 햄버거 패티다. 당시 200g도 안되는 패티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33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자면 약 3억 5천만 원에 달한다. 그 후 미국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가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가공식품 판매 허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1880’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배양 닭고기로 만든 요리가 출시됐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도 농·축·수산물 등으로 한정된 식품 원료 범위를 세포배양 식품 등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 식품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산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림 4]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치킨 너겟 (출처: Eat Just)

영국 총리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1931년에 쓴 수필집 <50년 뒤의 세계(Fifty Years Hence)>에는 ‘닭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한 마리의 닭을 통째로 키우는 부조리에서 벗어날 것이다. 대신 원하는 부위만 골라 키워낼 것이다. (We shall escape the absurdity of growing a whole chicken in order to eat the breast or wing, by growing these parts separately under a suitable medium.)’라는 구절이 있다. 먼 미래로 여겨졌던 배양육의 시대가 어느덧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03. 푸드테크의 든든한 조력자, 로봇

로봇은 식품 산업 내 가치 사슬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가 가능한 만큼, 푸드테크를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글로벌 푸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19억 달러에서 2026년 40억 달러로, 연간 13.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크게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식품 조리나 서빙 영역에서 푸드 로봇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심화된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속도가 붙어 테스트 단계를 지나 이제는 어느덧 상용화 단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조리 로봇의 대표 주자로는, 미국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의 플리피(Flippy)가 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근무 중인 플리피는 햄버거 패티를 뒤집고 감자튀김을 튀기며, 주방 동료들의 부담을 덜고 전반적인 조리 작업의 능률을 높여준다. CES 2023에 출품됐던 일본 요카이 익스프레스(Yokai Express)의 라멘 제조 로봇 옥토셰프(Octo-chef)도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냉동 상태로 보관된 면이나 국물, 토핑 등을 자동으로 해동 및 조리해서 내는 방식으로, 6가지 라멘을 90초 안에 요리해낼 수 있다. 현재 일본 하네다공항과 도쿄역, 그리고 미국의 테슬라 본사를 비롯해 다수의 병원 및 교육 시설에 설치되어 활발하게 운영 중에 있다.

[그림 5] 감자튀김을 제조하고 있는 조리 로봇 플리피 (출처: Miso Robotics)

서빙 로봇은 대부분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있다. SLAM은 센서를 통해 주변 공간 지형을 인식하고, 이를 지도로 생성하는 동시에 해당 지도에서의 상대적인 내 위치를 추정해 내는 기술이다. 만약 공간에 지도를 그릴만한 특징적인 랜드마크가 부족하다면 인공적인 마커를 부착해 길 찾기를 도와줄 수도 있다. 사람이 서빙에 나서기 전 음식점 안의 주방 위치나 테이블 위치 등을 눈에 익히고, 머릿속에 길을 그리며 최적의 경로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서빙 로봇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국가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도 높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국내 서빙 로봇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푸두로보틱스(Pudu Robotics)의 서빙 로봇 브이디컴퍼니가 약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추정된다. 브이디컴퍼니는 월 29만 원이면 사용할 수 있는 서빙 로봇 요금제까지 신규 출시하며 1위 자리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뒤를 매섭게 쫓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도 최근 서빙 로봇 사업을 분사해 자회사를 설립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식품 매장을 넘어 미용실, PC방 등 여러 매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림 6] 고정된 위치에 부착된 3D 마커를 통해 길을 찾는 로봇 (출처: 브이디컴퍼니)

04. 식품 생산·유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3D 푸드 프린팅

3D 푸드 프린팅은 분말이나 액체 형태의 식재료를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면서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색색깔의 잉크가 종이에 인쇄되듯, 사용자가 원하는 식재료들로 다양한 형태의 요리를 입체적으로 프린트하여 만들어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3D 푸드 프린팅 시장 규모가 연평균 46.1%씩 성장해 2023년에는 약 6,4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품 유형별 시장 점유율은 과자류와 반죽류가 도합 6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3D 프린터로 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에 불을 붙인 건 미합중국 항공우주국(NASA)이다. 나사는 우주 비행사용 식량의 다양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시스템앤드매트리얼리서치코퍼레이션(SMRC) 연구소에 3D 푸드 프린터를 활용한 음식 개발을 요청했다. 이에 연구소는 처음으로 피자 개발에 성공했고, 그 후 설립된 스타트업 비헥스(BeeHex)는 잉크 대신 피자 반죽, 토마토소스, 치즈 등이 담긴 푸드 프린터로 원하는 맛과 크기의 피자를 단 6분 안에 조리할 수 있는 '3D셰프(3D-Chef)'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림 7] 3D 프린터로 만드는 피자 (출처: BeeHex)

3D 푸드 프린팅 기술이 보다 정교히 구현된다면, 우리는 음식을 더욱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고 재료와 영양소, 맛 등을 모두 커스터마이징해 완전 맞춤형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곧 알레르기가 있어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특정 물질에 취약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해당 요소만 간단히 제거함으로써 먹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과 같다. 또 누구나 같은 수준의 퀄리티와 맛을 가진 음식을 먹는 게 가능해진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유명한 맛집의 요리도 정확한 조리법, 즉 설계만 공유된다면 서울 문정동에서 제조해 맛볼 수 있다.

미래의 식탁을 주도할 기술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푸드테크에 인재와 자본이 몰리고 있는 지금, 식품 업계는 물론 IT 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