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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는 끝났다: ‘기계 고객 (Machine Customer)’ A to Z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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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24년을 예측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IT 업계는 더더욱 그렇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변화의 속도가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IT 업계의 미래를 주도할 전망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01. 가트너가 말하는 2024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가트너(Gartner)는 매년 ‘가트너 IT 심포지엄/엑스포’를 통해 그다음 한 해를 이끌 기술 트렌드 10개를 지목하며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올해에는 생성형 AI가 촉발한 AI 열풍을 반영하듯 AI와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 포함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트너는 ‘투자 보호(Protect your investment), ‘빌더의 부상(Rise of the builders), ‘가치 전달(Deliver the value)’이라는 세 개의 큰 주제와 함께 ▲AI 신뢰, 리스크, 그리고 보안관리(AI Trust, Risk and Security Management), ▲지속적인 위협 노출 관리(Continuous Threat Exposure Management), ▲지속 가능한 기술(Sustainable Technology), ▲플랫폼 엔지니어링(Platform Engineering), ▲AI 증강 개발(AI-Augmented Development), ▲산업 클라우드 플랫폼(Industry Cloud Platform, ICP), ▲지능형 애플리케이션(Intelligent Applications), ▲보편화된 생성형 AI(Democratized Generative AI), ▲증강-연결된 인력(Augmented-Connected Workforce), ▲기계 고객(Machine Customers)을 2024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로 제시했다.

가트너 수석 VP 애널리스트이자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 하워드(Chris Howard)는 “IT 리더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전략 기술 트렌드의 영향과 이점을 평가해야 하는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예를 들어 생성형 및 기타 AI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여러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만, AI의 지속적인 활용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는 광범위한 채택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함께 경각심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무작정 대세 기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기술의 장단점을 조직의 입장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평가한 뒤 어떤 기술의 조합이 조직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02. 기계 고객 (Machine Customer), 당신은 누구시길래
올해 가트너는 2024년 주요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기계 고객(Machine Customer)’을 꼽으며 화두로 내놨다. ‘가치 전달(Deliver the value)’ 부문 키워드로 선정된 기계 고객은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비인간 경제 행위자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인간이 아닌 기계 형태의 고객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기계란 단순히 로봇과 같은 형체의 기계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여러 유무형의 존재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커넥티드 카는 겨울이 되면 스스로 필요한 윈터 타이어를 주문하고, 스마트 프린터는 남은 토너의 양을 사전에 파악하고 늦지 않게 새 토너를 구매해 충당한다. 말 그대로 인간 고객을 대체하는 기계 고객의 등장인 셈이다. IoT, 또 다른 말로 커넥티드 제품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량이 날로 향상되고 있는 추세를 본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트너가 실시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2030년까지 기업 수익의 약 22%가 기계 고객으로부터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가트너는 2028년까지 약 150억 개의 커넥티드 제품이 고객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며, 그 후로도 몇 년간 수십억 개의 제품이 더 등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러한 흐름으로 봤을 때, 지구상에서 구매자 역할을 하는 기계가 인간보다 많아질 날이 그다지 머지않을지도 모르겠다.

03. 기계 고객 (Machine Customer), 당신은 어떻게 다르시길래
기계 고객의 존재감이 점차 커져감에 따라, 기업은 자연스레 이러한 새로운 구매층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생겼다. 그동안 기업의 마케팅/영업 활동은 인간의 본성, 감정, 그리고 취향이나 관계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최대한 그들의 호감을 끌고, 만족감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온 것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기계는 감정이 없다. 이는 곧 기존 인간 고객에게 맞춤화되어 있던 여러 마케팅 수법이나 전략들이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렇기에 더더욱 기계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쉬운 고객이 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보다 데이터나 논리에 의해 행동하는 기계 고객의 투명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보다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시기적절하게 원하는 요구 사항만 정확히 맞춰준다면, 기계 고객의 구매 행동은 일관성을 보여 예측하기도 쉽다. 다만 산업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 합리적인 결정이 요구되는 구매 행동에서는 좋겠지만, 명품이나 조립형 IT 기기와 같이 개인의 취향과 감정이 주가 되는 한층 복잡한 구매 행동에 관해서는 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기계 고객은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경계형 고객(Bound Customer), 적응형 고객(Adaptable Customer), 자율형 고객(Autonomous Customer)의 세 단계에 걸쳐 발전하게 된다.
1단계 경계형 고객은, '공동 고객(co-customer)'으로서 인간이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기계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오늘날의 형태다. 아마존의 대시 리플레니스먼트(Dash Replenishment)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Alexa)에 프린터나 온도 조절기, 커피 머신, 식기세척기 등 여러 커넥티드 제품을 연동시키고 초기 세팅을 마치면, 인간이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연동된 제품에 필요한 특정 소모품이 소진되었을 때 알렉사가 알아서 아마존을 통해 주문을 진행해 준다.

2단계 적응형 고객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형태다. 1단계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특정 규칙을 설정하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기계는 인간을 대신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금융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그 예다. 시스템 트레이딩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고객 맞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ETF나 퇴직연금 등 인간이 사전에 지정한 자산의 형태나 성향을 기반으로, 적절한 투자 방안을 찾아 직접 자산을 운용한다.
마지막 자율형 고객은, 높은 수준의 재량권과 충분한 지능을 가지고 인간을 대신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단계다. 구매와 관련된 대부분의 프로세스에서 기계가 온전한 주도권을 갖고 움직인다. 가트너는 인간의 개입 없이 운용되는 AI 기반 헤지펀드 에이디야(Aidyia)를 그 예로 들었다. 에이디야는 여러 나라 언어로 된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읽고, 대규모 경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면서 투자를 수행한다. 인간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 없이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펀드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가트너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인 2036년, 기계 고객이 경제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수많은 잠재 기계 고객들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가져올 여러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