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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권리의 이해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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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 외국에서 입법화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은 유럽 국가들로, 현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잊힐 권리를 입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1월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잊힐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Law) 개정안을 확정했다. 유럽연합 집행부는 이 개정안을 개인과 법인을 포함한 전체 회원국에 직접 적용시키는 최고 수준의 규범인 '규정(regulation)' 수준으로 격상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잊힐 권리는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 인격권의 충돌을 야기한다. 즉 잊힐 권리를 인정하면 언론의 고유한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언론사의 기사나 자료를 과도하게 삭제하게 되면 환경 감시자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은 잊혀질 권리를 입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언론의 기사를 잊힐 권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2) 미국 미국은 잊힐 권리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식으로 잊힐 권리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고 있지만, 잊힐 권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상당히 유보적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유 외에 세계 SNS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미국이 잊힐 권리의 법제화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즉,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트위터, 링크드인의 본사는 모두 미국에 있는데, 미국 정부가 잊힐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 첨단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3) 국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발효되고 잊힐 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청회, 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법화를 위한 사전 단계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하였다. 이른바 잊힐 권리라고도 표현되는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이란 이용자가 본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게시판 관리자 또는 검색서비스 사업자(포털)에게 게시물을 타인이 볼 수 없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1)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게시물을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2) 회원 탈퇴, 1년간 계정 미사용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된 경우, 3) 계정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4) 게시판 관리자가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5) 게시판 관리자가 삭제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삭제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접근배제요청을 할 수 있다. 이런 요청을 받은 게시판 관리자는 본인 확인을 거쳐 문제의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처리를 해야 한다. 다만,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린 게시물이나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접근배제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탈규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국내 기업의 역차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정부가이드라인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가이드라인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잊힐 권리의 주요 내용 | 유럽 | 한국 | |
2012 EU Regulation | 개인정보보호법 | 정보통신망법 | |
부정확한 정보의 정정요구권 | ○ | ○ | ○ |
개인정보 삭제요구권 | ○ | ○ | ○ |
삭제 대상 정보의 확산방지 의무 | ○ | X | X |
개인정보 처리정지 요구권 | ○ | ○ | △(동의철회권) |
삭제에 갈음한 개인정보의 처리 제한 | ○ | X | X |
링크∙복제∙복사의 중단∙삭제 통지의무 | ○ | X | X |
개인정보 유효기간제 | X | X | ○ |
사생활 침해정보 등 삭제요청권 | X | X | ○ |
잊힐 권리에 대한 한 ∙ EU 간 비교
접근배제 요청 절차
또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신이 올린 게시물만 차단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사진, 동영상은 차단할 수 없다. 이의신청 사유가 공익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고도의 규범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그러한 결정을 맡기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잊힐 권리에 비해 매우 후퇴한 방안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5. 맺음말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인터넷 상에서 검색되기를 원하는 욕구와 그 이면의 잊힐 권리 사이에는 일정부분 서로 상충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은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두고 잊힐 권리가 체계적으로 정립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법제화를 위한 명확한 개념 정립 조차도 미흡한 실정이다. 2012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조사한 ‘잊혀질 권리의 국내 제도 도입 반영 방안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디지털 기록 보존에 대한 의견에서 상당수가 없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자, 방송통신위원회도 공청회를 여는 등 입법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에 들어간 상태이고,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의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한 정책제안 자료집’을 발간하면서 정책방안을 제언하는 등 관련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잊힐 권리를 자신의 불법적 정보에 대한 삭제 권리로만 인식해 무조건 찬성하는 경우로 역사기록, 언론정보 등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쉽게 단정짓고 법제화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생산되고 축적되는 정보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린 정보는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되고, 이에 대한 삭제나 법적 보호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개인정보나 사진 등을 인터넷에 게재할 때에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참고 자료 [1] 『잊혀질 권리(Delete)』(지식의 날개, 2011) [2] 디지털 세탁소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3] 온라인에 떠도는 아픈 과거 디지털 세탁소가 지운다 (중앙일보, 2015.11.29) [4] 인터넷 주홍글씨 “내 흔적을 지워줘~” (머니투데이, 2015.09.18) [5] 왜 인터넷서 원조교제 기록을 지워줬나 (중앙일보, 2015.08.12) [6] 잊혀질 권리의 국내 제도 도입 반영방안 연구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보고서,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