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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기술이 건네는 자장가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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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는 것이 기술이 된 시대

“O sleep, O gentle sleep, Nature's soft nurse.”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잠을 ‘자연의 다정한 간호사’라 부르며, 잠이 인간에게 고요하고 부드러운 치유를 선사한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채운다. 그만큼 수면은 인간의 생체 리듬에 큰 부분을 차지하며, 신체와 정신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루가 끝나고 긴 밤이 오면 우리는 잠을 통해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되찾는다. 충분한 수면은 면역력, 집중력,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깊은 단잠에 이루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최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현대인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면 부족을 ‘선진국 유행병’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최근 현대인들의 수면 부족을 불안증,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은 물론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공중 보건 유행병'으로 선언했다. 건강한 숙면을 위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잠(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더 나은 수면을 위한 해법이 절실해진 지금, ‘잘 자는 것이 기술’이 된 시대에는 ‘잘 자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혁신 기술을 통해 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슬립테크(Sleep+Technology)’가 주목받는 이유다.

잘 자기 위한 기술이 뜬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 규모가 2019년 4,320억 달러에서 2024년 5,850억 달러로,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슬립테크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다양한 수면 관련 제품들이 빠르게 개발되는 추세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0년 약 3조 원으로, 연평균 25.1%의 성장률을 보이며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슬립테크(Sleep-tech)는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은 슬립테크를 ‘고도화된 수면 과학과 기술을 통해, 기존의 수면 관련 의약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격차를 메우는 건강 관리 카테고리’로 정의하고 있다. 즉, 슬립테크는 불면증 등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숙면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술과 제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 슬립테크 분류 및 예시 (출처: 삼정KPMG)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특히 빅테크들이 수면 기능이 있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슬립테크 시장 선점에 나섰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 수면 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하여 수면 중 이상이 감지되면 착용자에게 알리고 의사 상담을 권유한다. 삼성은 지난해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갤럭시 워치 사용자 중 절반은 매주 1회 이상 수면을 측정하고 있다 밝히며, 건강관리 솔루션 ‘삼성헬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로 수면 기능을 꼽았다. 워치뿐만 아니라 이어버드, 링 등 웨어러블 기기의 범위를 확대하고, 생활가전제품과 연계하여 사용자가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슬립테크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림 2] AI 분석을 통해 맞춤형 건강 및 수면 정보를 제공하는 ‘갤럭시 링’ (출처: 삼성)

침대, 매트리스, 베개와 같은 전통적인 침구류에 첨단 기술이 결합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슬립테크 스타트업인 에잇 슬립(Eight Sleep)은 이러한 트렌드의 선두주자로서, 수면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스마트 매트리스를 개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에잇 슬립의 매트리스는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학습하고, 수면 중 체온 변화를 감지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또한 코골이나 호흡 개선이 필요한 경우 매트리스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정해 압박감을 완화하여 가장 편안한 자세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수면 데이터는 앱과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매일 아침 제공되는 수면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말이 절로 실감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 3] 수면 최적화를 위한 스마트 매트리스 ‘포드(Pod)’ (출처: Eight Sleep)

불면증 완화를 위한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 수면 유도 앱 역시 슬립테크의 주요 분야 중 하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 명상 앱 ‘캄(Calm)’이 있다. 캄은 사용자가 쉽게 잠들 수 있도록 굿나잇 스토리, 수면 명상, 백색 소음 및 자연 소리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수면 기록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시간과 질을 모니터링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개인 맞춤형 취침 루틴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명상 보조를 넘어 사용자의 수면 습관 개선과 정신 건강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그림 4] 숙면을 도와주는 명상 앱 ‘캄(Calm)’ (출처: Calm)

슬립테크는 수면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침실의 온도, 습도, 조명, 소음 등을 조절하며 개인별로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나 수면 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는 알츠하이머,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의 예방 및 관리와 연관되어 고령자를 위한 실버 케어 서비스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와의 확장성 덕분에, 슬립테크는 헬스케어 생태계의 중심 기술로 떠올랐다.

결국, 슬립테크는 건강 관리의 일환을 넘어 개인의 생활 방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필요에 부응해 빠르게 진화할 전망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더 나은 수면 환경은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며, 슬립테크의 발전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책임질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