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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세상에 나온다, 피지컬 AI(Physical AI)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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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로부터 6년 후 등장한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는 인간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다루며 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을 몰고 왔다. 사람들은 챗GPT를 보며, AI가 사고하고, 탐구하며, 지식을 만들어내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모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바둑과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문제를 스스로 학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이하 AGI)이 곧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AGI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해도, AI에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거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AGI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에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주목받고 있다. 문을 여는 간단한 동작조차도 손잡이의 모양과 재질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해야 할 지 판단한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피지컬 AI는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인식부터 행동까지의 전 과정을 물리 세계와 연결하는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피지컬 AI의 핵심 엔진이자 생성형 AI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월드 모델(World Model)’이 부상하고 있다. 월드 모델은 단순히 언어나 이미지 데이터 처리에 머무르지 않고, AI가 물체의 움직임, 물리 법칙, 공간과 시간의 변화 같은 현실 세계의 구조와 인과관계를 재현하고 이해하도록 설계된 개념이다. AI가 언어를 넘어 현실 세계 그 자체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새로운 지능 체계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01. 피지컬 AI의 부상과 기술적 의미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를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르며, 단순히 AI 알고리즘이 들어 있다고 해서 모두 피지컬 AI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은 대부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동작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환경을 감지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실제 행동을 결정해 실행에 옮기는 자율성을 갖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즉, 센서로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 뒤, 물리적 움직임으로 실행하는 감각-지능-행동의 통합 구조가 핵심이다.
피지컬 AI가 지금과 같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여러 기술적 변화가 맞물려 있다.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촉각 센서 등 감각 장치가 고도화되면서 로봇이 인간 수준에 가까운 환경 인식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AI 반도체와 엣지 컴퓨팅의 발전은 이 인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 급격히 발전한 멀티모달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자연스럽게 상황을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산업적으로는 제조·물류·서비스 등 실제 물리 환경에서 사람이 수행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행동하는 AI’가 필요해진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도 피지컬 AI의 존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다. 차량은 각종 센서를 통해 도로 상황을 감지하고,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그에 맞춰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등 판단을 내린다. 이후 브레이크를 밟거나 조향을 바꾸는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지며, 이는 피지컬 AI의 전형적인 동작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분류하거나 운반하는 로봇, 집 안의 구조를 파악해 경로를 스스로 찾는 청소 로봇, 위험 지역을 대신 순찰하는 보안 로봇 등도 모두 피지컬 AI가 실생활에 구현된 사례다.
피지컬 AI 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도 크게 작용한다. 노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필요를 키우고 있고, 제조업과 물류 산업은 생산 효율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자율형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로봇 하드웨어 기술(정밀 모터, 감속기, 배터리, 내구성 구조 설계 등)도 꾸준히 발전하며 AI의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며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영역을 넘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피지컬 AI 생태계는 반도체, 멀티모달 AI, 센서 등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IoT와 자율주행의 확산으로 센서 시장은 2024년 47억 7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43.61% 성장해 2034년 1,780억 3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 역시 생성형 AI와 엣지 컴퓨팅의 확산으로 2032년까지 연평균 15.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으로 멀티모달 AI 시장은 2030년 1,08억 9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비정형 데이터 활용 수요 급증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 시장도 물리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격차를 매우며 2030년 1,558억 4천만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02. 피지컬 AI의 기술 구조와 구현 방식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센서·알고리즘·액추에이터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가 필요하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라이다·레이다 등 다양한 센서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해석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즉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후 결정된 명령은 모터나 그리퍼 같은 액추에이터를 통해 실제 물리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비로소 ‘AI가 행동하는 지능’이 완성된다. 피지컬 AI 기술의 핵심은 3가지 요소가 서로 끊김 없이 작동하며,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폐쇄 루프를 형성하는 데 있다.
최근에는 감각·판단·행동 구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시각과 언어, 행동을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구조가 등장했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환경을 보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언어적 지시를 이해한 후 이를 행동 계획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테이블 위 파란 컵을 가져와’라는 지시를 들으면, 로봇은 카메라로 장면을 인식하고, 언어 지시와 매칭해 어떤 물체가 파란 컵인지 파악한 뒤, 어떻게 팔을 움직여 집어야 하는지 행동 계획을 세운다. VLA는 인간의 작업 방식을 닮은 구조라는 점에서 피지컬 AI 발전의 주요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더라도, 실제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이를 ‘Reality Gap(시뮬레이션 환경과 실제 환경 간의 불일치)’이라고 부르는데, 조명·마찰·잡음·센서 오차처럼 시뮬레이션에서는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로봇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수천 번 성공한 동작이 실제 환경에서는 쉽게 실패할 수 있다. 현실 데이터를 더 많이 활용하거나 다양한 변화를 노출하는 학습 방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피지컬 AI는 환경이 달라져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화 성능(Generalization)’이 중요하다. 물건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테이블의 높이가 바뀌었을 때도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인식 문제를 넘어, 로봇이 스스로 실패에서 학습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절한 행동을 계획할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결국 피지컬 AI의 기술 구조는 단순한 로봇 시스템이 아니라, 환경을 감지하고 이해하며, 그 기반 위에서 일관되고 안전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 지능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VLA 모델과 Reality Gap 극복 기술, 그리고 일반화 성능은 이러한 전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03. 월드 모델(World Model)의 부상
피지컬 AI가 점점 더 복잡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각 정보를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로봇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시뮬레이션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지만, 이것만으로 현실과의 괴리, 즉 Reality Gap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최근 AI 연구자들과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개념이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월드 모델은 AI가 단순히 관찰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물리적 구조, 공간 역학, 인과관계 등 현실 세계의 ‘동적 법칙’을 내부적으로 재현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을 통해 AI는 단순히 ‘지금 여기서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행동을 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생성형 AI나 단순한 센서 기반 로봇 제어와 확연히 구분된다. 기존 AI는 정적인 패턴 인식 또는 즉각적 반응에 중점을 두었지만, 월드 모델은 미래의 상태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내재한다는 점에서 진화된 형태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드 모델을 갖춘 AI는 단순히 지금 보이는 컵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이 컵을 집으면 어떤 경로로 올려야 넘어지지 않을까’, ‘옮기는 도중 주변에 장애물이 생기면 어떻게 피할까’ 같은 시나리오를 미리 계산하고, 그에 따라 가장 안전한 행동을 계획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현실의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성에 훨씬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월드 모델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지 기술적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여러 연구자와 업계에서도 월드 모델을 ‘피지컬 AI의 다음 세대 아키텍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입력 데이터를 통해 환경을 학습하고,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행동 계획을 세우는 방식은, 반복적인 현실 실험 없이도 로봇이나 자율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처럼 월드 모델은 피지컬 AI가 직면한 근본적 한계(변화하는 현실 환경,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 일반화 어려움)를 구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만약 이 접근이 실용화된다면, AI는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스스로 계획할 수 있는 지능형 에이전트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04. 피지컬 AI 개발을 주도하는 주요국 동향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각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가 다르다. 미국은 강력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체 기술력과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피지컬 AI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 기술과 AI를 통합해 피지컬 AI를 양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과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워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어 양국 기업 간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들이 피지컬 AI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유는 결국 AGI 시대의 주도권 확보에 있다. AI가 정말 사람처럼 행동하려면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실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AI가 실세계의 물리적 규칙을 학습하기에 적합하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피지컬 AI 연구를 강화하는 것도 실세계에서 얻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의 사고·추론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AGI 개발 경쟁을 앞당길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1) 미국
미국 빅테크들은 피지컬 AI의 기반이 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피지컬 AI 표준을 선점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엔비디아(NVDIA)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현실 기반 시뮬레이션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 ‘코스모스 (Cosmos)’ 등을 통해 피지컬 AI 개발 생태계를 점유해 나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기술과 플랫폼이 사실상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미국은 로봇 제어 모델, 시뮬레이션 엔진 등의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기술 체계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국가기관을 통해 인프라 확장과 산·학·연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정부와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공동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는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입해 대형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으로, 로봇 시뮬레이션, 행동 데이터 학습, 멀티모달 모델 훈련 등을 자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연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국방부(DOD)는 ‘지능형 로봇 및 자율시스템(IRAS)’ 연구개발과 ‘자율성·로봇 기술 관련 개발·시험·평가 (RDT&E)’에 각각 1억 2,370만 달러, 20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며 피지컬 AI의 기술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2) 중국
중국은 중앙정부의 중장기 계획 하에 피지컬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에서 첨단 로봇과 기계 기술을 핵심 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로봇산업발전 계획‘을 마련해 주요 로봇 제품의 고도화 및 핵심 부품 개발을 본격 추진 중이다. ‘22년부터는 ‘지능형 로봇 중점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AI 융합형 지능 로봇에 매년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3년 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 합동으로 ‘로봇+활용방안’을 발표해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산업용 로봇의 현장 적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 전략의 효과로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5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구축한 규모의 경제와 가격 경쟁력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5년까지 연간 1,000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올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실세계 데이터 공장’을 구축해 휴머노이드와 자율 로봇을 실제 환경에서 대규모로 운용하며 행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바이두의 어니봇(ERNIE Bot)과 같은 자국 AI 모델의 행동·계획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되고, 다시 로봇에 적용되어 ‘학습–운용–데이터 생산’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처럼 중국은 로봇 양산 능력과 데이터 주도권을 결합해 피지컬 AI를 빠르게 성숙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차별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3) 한국
그렇다면 한국의 피지컬 AI 육성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에서 이미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이런 기반 덕분에 피지컬 AI 시대에도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지만,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정책과 투자가 본격화된 시점이 다소 늦은 편이다. 최근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 그룹,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협약을 통해 GPU 26만 장 공급을 확정하고, 물량의 상당수를 로보틱스, 스마트 팩토리, 피지컬 AI 인프라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은 로봇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로봇이 일할 수 있는 나라”라며 한국의 테스트베드 경쟁력을 강조했다.
정부가 ‘24년 발표한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K-로봇 경제’ 실현을 목표로 ‘30년까지 민관 합동 3조 원 이상 투자, AI·SW 핵심인재 1만 5,000명 양성, 로봇 전문기업 150개 육성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로봇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부품인 감속기, 서보모터 등 5대 부품의 국내 자립화율을 현재 44%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그동안 해외 의존도가 높던 로봇 부품을 국산화해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2,000억 원 규모의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를 구축해 로봇의 안정성과 신뢰성 검증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피지컬 AI 1등 국가’ 도약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지난 9월 공개된 ‘새정부 경제 성장전략’에서는 ‘30년까지 피지컬 AI 선도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피지컬 AI 관련 예산으로 향후 5년간 총 6조 원을 투입한다. △AI 로봇(5,510억 원) △자율주행차(6,000억 원) △자율운항선박(6,135억 원) △제조데이터 기반 AI 팩토리(약 2조 원) △온디바이스 반도체(9,973억 원) 등 연계 프로젝트를 병행해 제조· 물류 현장에 디지털 트윈·로봇·에지 AI를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도 전담 조직 신설, 테스트베드 확대,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내재화 등 분야의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05. 마무리
피지컬 AI는 디지털과 물리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전환점이다. 이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 판단, 행동을 통합한 지능 시스템으로 산업의 근간을 다시 쓰고 있다. 미국은 민간의 자율적 혁신을 중국은 정부 주도의 육성을 선택했다. 한국은 그 중간 지점에서 제조업 기반 국가로서의 강점을 산업 주도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다. 엣지 AI 반도체, 센서, 디지털 트윈 등 핵심 인프라를 내재화하고 이를 표준화로 묶는 정책적 의지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피지컬 AI 산업의 장기 로드맵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 정부는 이미 피지컬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피지컬 AI PoC, K-휴머노이드 개발 전략 등은 산업·기술·인력 분야를 포괄하는 대응방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처별로 흩어진 연구개발 체계와 단기 과제 중심의 지원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 부처 간 경계를 넘어선 통합 연구개발 체계와 실증-표준-조달이 연동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속도를 내며, 학계가 근거를 뒷받침하는 삼각 구조가 작동할 때 진정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신뢰와 안전, 그리고 표준에 달려 있다. “테스트베드에서 플랫폼으로, 기술 실증에서 시장 규범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국제 협력 속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공공 조달을 통해 초기 시장을 열며,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제도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주권의 문제이며,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년간 한국의 산업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정부는 이 기술이 산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06. 참고자료
젠슨 황 8년 만에 컴백… ‘피지컬 AI’ 시대 예고, 서울신문:
https://m.go.seoul.co.kr/news/economy/IT/2025/01/08/20250108001006?cp=go
움직이는 AI의 시대 : 피지컬 AI 데이터가 60조 달러 시장의 핵심인 이유, 크라우드웍스:
https://crowdworks.blog/physical-ai-핌-data/
AI가 세상에 나온다…석학·빅테크도 뛰어드는 피지컬AI 경쟁,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11/24/T275TBWJFJFELGO44RBIGIM5PU/
“‘에이전트AI’에서 ‘피지컬AI’ 시대로 전환”, 애플경제:
https://www.apple-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5541
[R | Robot] 본격화된 피지컬 AI 경쟁,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11444443
언어학습은 예고편…세상을 조립하는 '월드 모델' AI 온다,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it/11483312
중국, 세계 로봇시장 54% 장악⋯“K-로봇, 피지컬 AI 전략 시급”, 이투데이:
https://www.etoday.co.kr/news/view/2523252
한국, 제조업 강점 살려 ‘피지컬 AI’로 승부,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060600015
[새정부 성장전략] ‘피지컬 AI’ 1등 국가 시동…AI 15대 선도프로젝트 본격화, 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article/12012934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이언스' 출범한다,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3019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