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정보
전문화된 보안 관련 자료, 보안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차세대 통합보안관리 기업 이글루코퍼레이션 보안정보입니다.
B2B 마케팅의 미래, AI와 부족 지식의 교차점에서
2025.08.06
1,941

저는 B2B 기업의 마케터입니다. 잠재 고객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 구축을 위해, 다각화된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죠. 모든 업무를 좋아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중 유난히 좋아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네이밍’ 개발입니다. ‘이름’은 고객이 브랜드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인식하는 요소죠. 기억에 남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은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네이밍 후보군은 여러 기준에 따라 선별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잘 표현하는지, 발음은 용이한지, 상표 등록은 가능한지 등을 따져보죠. 그러다 보면, ‘좋은 이름인데 아깝다. 언젠가 꺼내야지’하는 네이밍 보석함이 채워지게 됩니다. ‘에이전트 에이 (Agent A)’ 역시 이곳에 보관해 둔 친구입니다. 2023년 7월 발표한 국내 최초의 AI 보안 어시스턴트 ‘에어(AiR)’ 네이밍 개발 시 만들었죠.
그런데 신기합니다. 딱 2년 후 AI 어시스턴트 (assistant, 보조자)에서 AI 에이전트 (agent, 대리인)으로 이글루코퍼레이션의 AiR가 진화한 것입니다. 자연어 이해 능력을 보유한 대형언어모델(LLM)과 보안 영역에 최적화된 워크플로우가 결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보안 특화 AI 에이전트’가 된 것이죠. 정식 이름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Agent A가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도대체 AI 에이전트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설레발인가 싶으시죠? 그런데 저뿐만이 아니었네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에이전틱 AI(Agentic AI) 담당 부사장은 7월 16일 열린 AWS 서밋을 통해, ‘인터넷의 탄생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변화’라고 AI 에이전트를 설명했습니다. ‘도대체 AI 어시스턴트랑 뭐가 다른데 이렇게 설명하지?’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나요?
AI 에이전트는 ‘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어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작업을 해야 했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다른 AI 에이전트들과 소통해 자료를 불러오고, 분석하고, 연계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죠. 이러한 다수의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틱 AI’ 체계가 구현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금융 및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튜이트(Intuit)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튜이트는 군집화된 고객/금융/결제/회계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고객 에이전트는 잠재 고객에게 자동 견적서를 제공하고, 금융 에이전트는 현금 흐름을 분석해 대출을 제안합니다. 결제 에이전트는 송장을 자동 발행해 빠른 수금을 돕고, 회계 에이전트는 거래를 자동 분류합니다.
‘대리인(Agent)’이라 부를 만하죠? 저와 친숙한 B2B 마케팅 예도 들어보겠습니다. ‘잠재 고객 세분화 에이전트’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세분화된 마케팅 검증 리드를 선별합니다. ‘콘텐츠 생성 에이전트’는 잠재 고객의 산업군, 직책, 관심사에 부합하는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리드 스코어링 에이전트’는 리드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전환 가능성이 높은 잠재 고객을 우선순위화합니다.
지금 저희 팀원들이 여러 마케팅 도구와 개개인의 통찰력을 동원하여 수행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분석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참 많은데요, 이 부분을 마케팅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들이 수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워크플로우가 다른 여러 마케팅 도구를 번갈아 가며 분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캠페인 성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예상되네요.
그렇다면 이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업무들을 마케팅 특화 AI 에이전트들이 수행한다면, B2B 마케터들은 무슨 일을 할 것이냐고 말이죠.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동화된 작업에서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크게 ▲전략 설계자, ▲데이터 해석자, ▲브랜드 크리에이터, ▲AI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먼저, ‘전략 설계자’는 마케팅 AI 에이전트들이 실행할 마케팅 캠페인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조직의 이상적인 고객 프로필(ICP)이 누구인지, 어떤 메시지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구성할지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지요. 둘째, ‘데이터 해석자’는 AI 에이전트들이 생성한 예측 데이터를 우리 조직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해석하고 판단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셋째, ‘브랜드 크리에이터’입니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스토리텔링, 비주얼 아이덴티티, 워딩, 색깔 등의 여러 요소들은 인간의 창의력을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요소입니다. 이들은 조직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개선하는 한편, AI 에이전트가 만든 콘텐츠를 조직의 브랜드에 맞춰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마지막으로 ‘AI 오케스트레이터’는 자동화 도구, 고객 관계 관리(CRM), 데이터 분석, 개인정보 관리 도구 등 마케팅 업무와 연관된 여러 도구를 연결해 효율적인 마케팅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여러 부서 및 내부 팀원들과 협업하여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며 마련한 마케팅 업무 방법론이 그 기반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 역할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AI 도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외엔 어쩌면 기존에 요구된 역량과 거의 비슷합니다. 고객과 시장을 보는 비즈니스 통찰력, 우리 조직 고유의 콘텐츠와 캠페인을 기획하는 창의력, 개인정보 보호 및 공정성과 연관된 윤리성, 팀 내 협업 및 잠재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죠.
추가적으로 저는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면서 축적한 ‘암묵적인 집단 지식(tribal knowledge)’, 일명 ‘부족 지식’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매뉴얼처럼 정리된 형태가 아니라 ‘눈빛만 봐도 알 수가 있어’라는 형태의 지식이죠. 같은 문제일지라도 여러 상황적 요건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맥락 파악이 중요한 지식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마케팅 영역에 꼭 필요한 요소이지요.
‘암묵적인 집단 지식’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핵심 성공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기술 개발 과정에서 기존의 공식과 연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만큼,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시행착오 속에서 다각화된 방향성을 제시하며 형성된 ‘집단적 직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조직의 발전 방향과 그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죠.

AI 에이전트 얘기로 시작했으나, 결국 ‘사람’ 얘기로 돌아왔네요. AI 에이전트의 활용성을 높여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여러 구성원이 수없이 부대끼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끈끈한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의견을 스스럼없이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 실패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기에서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세가 요구되겠지요.
이 얘기는 제가 속한 B2B 마케팅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라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조직의 본질 추구와 다양성 확보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업무와 정보를 리스트화하고, 불필요한데 하고 있는 일, 필요한데 하지 못하거나 잘 못하고 있는 일, AI 에이전트와 팀원이 해야 하는 일을 나누고, 이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겠죠.
때문에 소수의 슈퍼 인재를 둘러싼 전쟁 속에서도, 어쩌면 이러한 ‘집단적 직관’ 역시 조직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공식적인 경험 기반의 지식이 공유와 협업을 통해 유지되고, 시장 변화와 잠재 고객 반응, 내부 전략에 따라 지속 진화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1년 5년 10년이 지날수록 조직 별 내공의 격차는 급격히 벌어지게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조직에는 어떤 부족 지식이 존재하나요? AI 에이전트가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미래에, 여러분은 어떤 역할을 맡고 싶으신가요? 잠재고객과의 지속적인 신뢰가 핵심인 B2B 마케터로서, 저는 기술이 아닌 사람, 자동화가 아닌 직관, 데이터가 아닌 맥락을 이해하는 힘을 더 키워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마음을 읽고 관계를 설계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요.